사회초년생에게 전세 보증금은 전 재산에 가까운 돈입니다. 그런데 이 돈은 집주인에게 빌려주는 것이라, 집주인이 못 돌려주면 그대로 묶입니다. 계약 전·후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1단계 — 계약 전: 전세가율부터 봅니다
전세가율 = 전세 보증금 ÷ 매매 시세입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보증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깡통전세가 됩니다.
- 80% 미만 — 비교적 안정적인 구간
- 80~90% — 주의. 반환보증 가입을 권합니다
- 90% 이상 — 위험. 반환보증 가입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같이 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선순위 근저당(집주인이 이미 받은 대출)을 확인하세요. 선순위 대출 + 내 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내 순서까지 돈이 오지 않습니다.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체납도 확인할 수 있으니 계약 전에 요청하세요.
2단계 — 이사 당일: 확정일자·전입신고·점유
이 세 가지를 갖춰야 법이 보증금을 지켜 줍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효력이 없습니다.
- 전입신고 + 실제 거주 → 대항력. 집이 팔리거나 경매에 넘어가도 계속 살 권리가 생깁니다. 단, 효력은 신고 다음 날 0시부터 생깁니다.
- 확정일자(주민센터·인터넷등기소) → 우선변제권. 경매 대금에서 내 순서를 확보합니다.
대항력이 다음 날 0시부터라는 점이 실무에서 문제가 됩니다. 이사 당일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으면 그 근저당이 내 권리보다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 잔금일에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고, 계약서에 '잔금일까지 추가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3단계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보증기관이 대신 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내는 상품입니다. 보증료는 임차인이 냅니다. 세 곳에서 취급합니다.
- HUG(주택도시보증공사) — 보증료 연 0.097~0.211%. 수도권 7억·그 외 5억까지
- HF(한국주택금융공사) — 연 0.04~0.18%로 보증료가 가장 낮은 편
- SGI(서울보증보험) — 아파트는 한도 제한이 없어 고액 보증금에 유리. 연 0.229%(아파트)
가입 요건이 2023년부터 강화됐습니다. HUG 기준 전세가율 100% → 90%로 낮아져, 전세가율이 높은 집은 아예 가입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세요. 계약하고 나서 보증에 못 든다는 걸 알면 이미 늦습니다.
정부가 보증비율을 90%에서 70%로 더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습니다(2026년 4월). 확정된 내용이 아니므로 가입 시점에 최신 기준을 확인하세요.
전세자금대출은 버팀목부터
소득·나이 조건이 맞으면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 은행 상품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일반은 부부합산 5천만원 이하(금리 2.5~3.5%), 청년전용은 만 19~34세 무주택자로 금리가 1.3%부터 시작합니다. 신혼부부는 소득 7,500만원까지, 한도도 수도권 2.5억으로 큽니다.
전세대출은 매매 대출과 달리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상환합니다. 그래서 월 부담이 생각보다 작습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월 얼마?
집주인이 "보증금 낮추고 월세로 돌리자"고 할 때, 적정 월세는 전월세 전환율로 계산합니다.
월세 = (전세 보증금 − 월세 보증금) × 전환율 ÷ 12
전환율에는 법정 상한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 2%와 연 10% 중 낮은 값입니다. 기준금리가 2.5%인 현재 상한은 연 4.5%입니다. 기준금리가 바뀌면 상한도 함께 움직입니다.
예시 — 전세 2억 5,000만원을 보증금 5,000만원 + 월세로 전환하면
- 전환 대상 금액: 2억 5,000만 − 5,000만 = 2억
- 연 임대료: 2억 × 4.5% = 900만원
- 월세: 900만 ÷ 12 = 75만원
집주인이 이보다 높은 월세를 부르면 법정 상한을 넘는 것이니 근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전세와 월세, 뭐가 이득일까
단순히 월 지출만 비교하면 안 됩니다. 묶이는 내 돈(기회비용)까지 봐야 합니다. 위 예시에서 청년전용 버팀목(연 1.3%)으로 1억 5,000만원을 빌린다고 하면:
- 전세 — 월 이자 약 16만원 + 내 현금 1억이 묶임
- 월세 — 월세 75만원 + 내 현금 5,000만원만 묶임
월 지출은 월세가 59만원 더 많습니다. 대신 5,000만원을 손에 쥐죠. 그 5,000만원을 연 4%로 굴려도 월 약 17만원입니다. 59만원을 더 내고 17만원을 버는 셈이니 이 조건에서는 전세가 유리합니다.
전세 금리가 낮을수록, 전환율이 높을수록 전세가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목돈을 굴릴 곳이 확실하거나, 전세가율이 높아 보증금이 불안한 집이라면 월세가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월세는 보증금이 적은 만큼 떼일 위험도 작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두 가지
-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못 바꿉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임차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 법정 상한이 항상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계약 기간 중 전환하거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는 강제되지만,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새로 구하는 집이라면 시세로 판단해야 합니다.
전세 계산기에서 내 보증금에 필요한 현금·대출 한도·월 이자와 전세가율 위험도를 한 번에 확인해 보세요.